배철수의 음악캠프(배캠) 31주년을 기념하며..
나의 청춘과 함께 흘러온 배캠
1990년 3월 19일
시내버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낮선 음악과 목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귀에 익은 팝송들.
' 이 시간에 팝송 프로그램이..'
1990년은 나에게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다.
90학번, 대학 새내기
그날도 난 어김없이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기사님이 틀어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1990년 3월 19일 첫방송이 시작되었다.
DJ 배철수는 1953년생으로 올해나이 69세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1978년 제1회 TBC 해변가요제로 데뷔하였다.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31년째 DJ로 일하고 계신다.
1990년 당시는 여전히 민주화 열망이 컷고
당시 백골단(사복경찰 체포조)이 학교 교정에까지 난입하고
체류탄이 난무하는 시대였다.
일반 학생들도 백골단을 피해 학교 후문이나 골목으로 다니다가
영문도 모른채 걸려서 괜히 두드려 맞거나
일명 닭장차에 끌려가기도 했다.
당시 사회는 그랬지만
친구들과 나는 수업이 끝나면 뮤직카페로 몰려가
음료수 한잔씩 시키고 몇시간이고 스크린에 올라오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낸적이 많았다.
당시 뮤직비디오는 내가 영상분야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처음에는 저녁 8시부터 2시간씩 방송되었다.
이후 1992년 가을 개편부터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방송하였고
지금과 같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방송은 1995년 가을부터였다.
얼마전에도 배철수 형님은 여름에는 낮부터 낮까지
동지에는 밤부터 밤까지 방송을 한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 시간대 라디오를 들을수 있다면
항상 배캠을 듣는다.
배캠이라는 단어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2021년 1월 15일 방송에서 한 청취자가 배캠보다는 배프를 추천해줬는데
배철수 형님은 배캠을 오래쓰다보니 그게 더 익숙하다고 사양했다.
배캠은 음악전문방송이다.
특히 영미권 팝음악 전문방송으로
방송에서 가요가 나오는일은 매우 드물다.
배철수 형님은 가요가 듣고 싶으면 가요방송을 청취하라고 이야기하신다.
사실 나도 듣고 싶은 팝송을 2시간동안 계속 들을수 있어 그게 좋다.
배캠이 끝나면 AFKN(주한미군방송)을 이어서 들을 정도다.
나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가요보다는 팝을 좋아한다.
가요는 가사가 들려서 가사를 생각하며 듣게 되 생각이 많아지지만
팝송은 가사가 들리지 않기때문에 (가사해석이 안됨 ㅋ) 오로지 리듬과 음악만 들어 좋다.
배캠의 31년동안 오프닝곡을 맡아오는 음악은
비엔나 심포닉 오케스타라 프로젝트가 연주한 롤링 스톤스의 (I can't Get No) Satisfaction 이다.
당시 박혜영 PD와 배철수씨가 오프닝곡을 고르고 있을때 가수 김수철이 골라준 곡이라고 한다.
변하지 않는 오프닝과 배철수 형님의 멘트
영원히 기억될거 같다.
배캠은 31년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어 전통과 역사가 있다.
바로 배철수 식 진행인데
예를 들면
광고방송전 배철수 형님은 항상 '광고 듣겠습니다' 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방송에서 직접 광고듣고 온다는 얘기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또 팝가수의 이름을 이야기 할때 나름의 원칙이 있다.
원래 영어가 아닌 단어는 원어발음을 존중하고
이름의 뜻이 있는 이름은 원어발음이 아니어도 그대로 이야기 해준다.
가령 샤니아 트웨인은 친조부가 이름을 지어줄때 불러준 슈나이어 트웨인이라고 말한다.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는 외국가수가 왔을때도 마찬가지인데 홈페이지 사진방에 사진만 올려놓는다.
배철수 형님은 전자공학과 출신이라 스튜디오 내에서 음향장비를 직접 조작한다.
보통 음향기사님과 같이 방송을 하는데 배철수 형님은 본인이 직접한다고 한다.
F로 시작하는 욕설이 들어간 노래는 방송하지 않는다.
과거 청취자가 Rage Aginst The Machine의 Killing in the Name를 신청했지만
노래가사에 욕설이 17번이나 반복된다고 사양했다.
그리고 배경음향으로 들리는 종이에 연필로 슥삭슥삭 거리는 소리는
직접 종이에 쓰면서 들리는 소리라고 한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가장 많이 들려진 곡은
1위 비틀즈
2위 퀸
3위가 마이클 잭슨이라 한다.
과거 80-90 세대라면 아마 이 세사람의 음악은 좋아하지 않을사람 없을것이다.
얼마전 퀸의 보헤미안렙소디 영화를 3번이나 볼 정도였다.
배철수 형님은 배캠으로 처음 배캠의 PD였던 박혜영 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2남을 둔 아버지이다.
나 또한 배캠을 들으면서 청춘을 보냈고
수많은 시간동안 내 짝을 찾아 헤멨고
결국 짝을 찾아 결혼해 배철수 형님과 같이 두아들을 키우고 있다.
두아들을 키워보니 그 엄마가 존경스럽다.
배철수 형님이 배캠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적이 극히 드문데
2004년 500회 특집에서 역대 PD들의 축하메세지를 듣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배철수 형님도 나이를 먹으니
언젠가는 배캠을 떠나야 할때가 올것이다.
그때 배철수 형님은 마지막 곡으로
데이빗보이(David Bowie) 의 Starman을 틀겠다고 한다.
이 노래는 2015년 개봉한 마션(The Martian)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다고 한다.
데이빗보이는 2016년 1월 사망해서 지금은 볼수 없다.
나도 이런 노래가 있다.
내가 생을 마칠때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곳을 들으며
눈을 감고 싶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떠나리~
31년동안 방송된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철수 형님이 진행하는 배캠이 앞으로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에게도 31년의 세월은 찰나와 같이 지나갔고
배캠의 역사와 같이 나의 역사가 되었다.
방송에 참여하는 열혈 방송팬은 아니지만
가수, 그리고 DJ로써 배철수 형님을 항상 응원한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계속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되도록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배캠 31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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